04/03/2026
나는 도서관에 갈 때 마다 경제, 경영쪽 책이 꽂힌 300번대 서가를 기웃거린다. 설계만 할 줄 알면 별 문제없이 술술 운영할 수 있을 거라 생각했던 설계사무소도 사실은 경영을 필요로 하는 엄연한 ‘회사‘란 걸 알고 부터다. 이렇게 요긴할 줄 알았더라면 학교 다닐 때 어떻게든 공부해 놓았을텐데, 낫 놓고 기억자도 모르는 상태로 졸업해 버린 것이다. 게다가 부끄럽게도 나는 엄청난 ‘숫자 바보‘다. 이미지는 한 번만 슥 훑어도 뇌리에 남는데, 숫자 만큼은 아무리 들어도 도통 감이 없다. 이런 머리로 사무실을 운영하자니 얼마나 고달픈지 모른다.
그러나 이런 나도 지금까지 큰 탈 없이 사무실을 운영해 나갈 수 있게 도와준 든든한 ‘빽‘이 있다. 그건 바로, 언제든 믿고 함께 일할 수 있는 ’사람‘들이다. 사업을 하는데 실력과 양심을 겸비한 사람만큼 든든한 자산이 또 있을까? 감히 말하건데, 없다고 생각한다. 지난 10년 동안 나는 그야말로 사람의 가치를 배웠고, 소중한 사람들을 얻었다.
건축가는 여러 분야의 사람과 함께 일을 하게 되지만, 그 중에서도 시공자는 특히 중요한 사람이다. 시공만큼 리스크가 큰 일도 없으니까 말이다. 그래서 나는 시공사를 정할 때면 그야말로 신중에 신중에 신중을 기한다. 추천을 받아도 반드시 직접 함께 일해본 사람한테만 받고, 신뢰할 수 없는 업체는 클라이언트를 설득해 아예 입찰에 참가조차 못하게 한다. 자격미달업체가 제출한 낮은 입찰가를 보면 클라이언트 맘이 흔들릴 수 밖에 없기 때문이다. 그런 업체에게 시공을 맡기게 되면 돈을 아끼기는 커녕 돈은 돈대로 쓰고 하자까지 생기는 경우가 다반사다. 개소 전 실무를 하면서 워낙 혹독한 경험을 해서인지 승환 소장한테 구박을 받으면서도 이 원칙만큼은 안간힘을 쓰며 지켜 왔다.
이런 나의 유난스러움이 한 몫 했을지도 모르겠지만, 우리 아이디알은 지난 십년 동안 시공사 때문에 마음 고생한 경험은 비교적 적은 편이다. 사실 여기에는 우리 아이디알의 영혼의 동반자, 무일건설의 덕이 제일로 크다고 할 수 있겠다. 문인호 대표님이 이끄시는 무일건설이 그동안 우리 아이디알이 설계한 건물을 무려 다섯개나 무탈하게 지어주셨기 때문이다.
그저 비만 안새면 다행이라 여겨야 할만큼 기술적으로 열악한 건설시장이 아닌가. 이런 와중에 건축가의 의도를 이해하고 존중하는, 정직하고 성실한 시공자를 만날 수 있다는 게 얼마나 큰 행운인지 아는 건축가는 다 알 것이다. 누가 보지 않아도 대충하지 않고, 건축가의 의도를 묻지 않고 함부로 판단하거나 결정하지 않으며, 당장의 이익에 연연하지 않고 잘못된 것은 손해를 감수하면서까지 바로 잡는 분, 이런 분을 어떻게 마음으로부터 존경하지 않을 수가 있겠는가.
나는 경제학을 잘 모른다. 그러나 그 어떤 경제학 지식도 ’신뢰‘보다 값진 것은 없을 거라고, 나는 굳게 믿고 있다.
#무일건설
*가족처럼 믿고 의지하는 두 분의 아드님이 며칠 전 결혼했다. 나도 너무 좋아서 왠지 먹먹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