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8/02/2026
남경주 국민체육센터 설계공모 참여작
루미나 스퀘어 (Lumina Square)
건축은 형태를 만드는 기술이기 이전에 장소와 삶의 관계를 해석하는 과정이라고 생각한다. 하나의 건축은 단순히 기능을 담는 물리적인 그릇이 아니라, 시간과 기억, 움직임과 감각이 겹겹이 쌓이는 환경이기 때문이다. 따라서 계획의 출발점은 항상 ‘무엇을 지을 것인가’가 아니라 ‘어떤 경험이 이곳에 놓여야 하는가’라는 질문에서 시작된다. 대지의 조건, 주변 도시 맥락, 이용자의 일상, 그리고 아직 드러나지 않은 잠재적 활동까지 읽어내며 건축이 개입해야 할 적정한 밀도를 찾는 과정이 중요했다. 이번 공모 역시 이러한 맥락 읽기에서 출발하였다. 대상지는 도시적 흐름과 자연적 요소가 동시에 존재하는 경계적 장소로, 단순한 시설 배치 이상의 공간적 조정이 요구되는 곳이었다. 주변 도로의 접근성과 인접 녹지의 확장성을 동시에 고려하면서, 건축은 환경을 압도하기보다 흐름 속에 자연스럽게 놓이는 방식을 택했다. 이는 물리적 규모를 낮춘다는 의미만이 아니라, 보행 동선, 시선 흐름, 활동 리듬까지 포함하는 총체적 ‘환경의 연속성’을 확보하려는 의도이다.
공간 구성은 기능적 효율성과 체험적 연속성을 동시에 만족시키는 방향으로 설정하였다. 중심 공간은 단순한 로비가 아니라 서로 다른 프로그램을 이어주는 매개 공간으로 계획하였다. 이곳에서는 이동, 체류, 관람, 교류 같은 다양한 행위가 동시에 발생하며, 건축은 특정 기능에 종속되지 않고 복합적 활동을 수용하는 플랫폼으로 작동한다. 계단, 보행로, 시선 축은 각각 독립된 요소가 아니라 하나의 흐름으로 통합되어 이용자가 자연스럽게 공간을 이해하도록 유도한다.
빛과 개방감 역시 중요한 계획의 요소였다. 실내외의 경계를 명확히 나누기보다는 점진적으로 전이되도록 계획하여, 외부 환경의 변화가 실내 경험에 자연스럽게 반영되도록 했다. 채광 계획은 단순한 밝기 확보를 넘어 시간의 흐름을 인지하게 하는 장치로 작용한다. 오전의 낮은 빛, 정오의 확산광, 저녁의 간접광이 공간에 서로 다른 분위기를 형성하며, 이는 이용자의 신체 활동과 감정 상태에도 미묘한 영향을 준다. 건축은 이처럼 물리적 환경을 넘어 감각적 경험을 만들어 내는 영역까지 확장된다.
동선 계획은 기능적 분리와 시각적 연결 사이의 균형을 목표로 했다. 이용자 흐름, 관리 동선, 서비스 동선을 명확히 구분하되, 폐쇄적 구조가 되지 않도록 시선과 공간 인지는 열어두었다. 이는 운영 효율성을 확보하면서도 이용자가 공간을 직관적으로 이해하도록 만드는 핵심 요소다. 특히 복합 프로그램 시설에서는 이러한 동선 전략이 이용 만족도와 직접적으로 연결된다.
친환경 전략 또한 단순한 설비 적용 수준을 넘어 건축적 형태와 통합되도록 계획하였다. 자연채광 극대화, 환기 경로 확보, 에너지 부하 저감형 외피 계획 등 패시브 디자인을 우선적으로 적용하고, 이후 능동적 설비 시스템을 보완적으로 구성하였다. 이는 유지관리 비용 절감뿐 아니라 장기적인 환경 대응력을 확보하기 위한 선택이다. 건축은 일회성 결과물이 아니라 지속적으로 운영되고 변화하는 시스템이라는 인식이 필요하다.
궁극적으로 이번 계획은 특정 형태나 스타일을 강조하기보다는 장소와 활동, 환경과 경험 사이의 균형을 찾는 과정에 가까웠다. 건축이 지나치게 강조되기보다는 일상의 배경으로 자연스럽게 작동하면서도, 필요할 때는 명확한 공간적 정체성을 드러내는 상태를 목표로 했다. 이는 ‘보이는 건축’보다 ‘사용되는 건축’에 더 무게를 둔 접근이라 할 수 있다.
건축은 지어진 순간에 완성되는 것이 아니라 사용자의 경험 속에서 지속적으로 재해석된다. 건축가가 모든 상황을 통제할 수 없지만, 다양한 가능성을 수용할 수 있는 틀을 제시할 수는 있다. 결국 좋은 건축이란 특정 기능이나 형태의 우수성보다, 시간이 지나도 유연하게 사용될 수 있는 여지를 남기는 것이라 생각 한다. 이번 계획 또한 그러한 지속성과 개방성을 갖춘 환경을 만드는데 초점을 두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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