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8/08/2021
그는 첫 직장을 가진지 30년 만에 그 집을 샀다. 아파트였고 시세보다 많이 저렴한 가격이었다. 부동산에서는 전 주인이 급하게 내놓은 것이라는 말을 반복했다. 의심스러웠지만 그동안 수많은 집을 전전했기에 그는 첫 번째 집을 가질 기회를 포기할 수 없었다.
이삿날이 되었다. 그와 아내는 이삿짐이 오기 전에 먼저 이사할 집으로 출발했다. 화창할 것이라는 예보와는 달리 비가 오기 시작했다. 그들은 기대와 걱정을 안고 이사할 아파트 입구에 들어섰다.
멀리 떨어져 있는 놀이터에 비를 맞고 서 있는 사람이 보였다. 그들은 그 사람이 왜 비를 맞고 있을까 의아했다. 그제야 그들은 여기까지 오는 길에 한 명의 사람도 보지 못했다는 것을 깨달았다. 비가 오는 평일이라 그렇겠지, 라고 그들은 생각했다. 다시 놀이터로 시선을 돌렸을 때 그 사람은 보이지 않았다.
엘리베이터는 내려오지 않았다. 십 분 이상 기다려도 오지 않아 그들은 걸어 올라갔다. 문 앞에 선 그는 손잡이를 돌렸다. 돌아가지 않았다. 그 순간 스르륵 소리와 함께 엘리베이터 문이 열렸다. 안에는 아무도 없었다. 그와 아내는 서로를 바라보며, 이상하네 라고 생각했다. 엘리베이터 문이 닫혔다.
그는 주머니에서 열쇠를 꺼내기 전에 다시 손잡이를 돌려 보았다. 이번에는 돌아갔다. 문을 열고 들어온 그의 눈에 먼저 띈 것은 중문이었다. 미닫이 방식의 중문을 열려고 하는 순간 그와 아내는 인기척을 느끼고 고개를 뒤로 돌렸다. 아직 열려있는 문 앞에 세탁기가 놓여 있었다. 그것은 그들의 세탁기였다.
세탁기 뒤에는 모자를 쓴 한 남자가 서 있었다.
“이삿짐센터에서 오셨나요?”
“네.”
그는 손목에 찬 시계를 보았다. 9시였다.
“10시에 온다고 하지 않으셨나요?”
“9시로 들었는데요.”
잠시 후 같은 모자를 쓴 다른 남자가 엘리베이터에서 내렸다. 그의 앞에는 냉장고가 있었다. 냉장고는 맞은편 집 문 앞에 내려놓은 후, 그들은 세탁기를 들고 현관 안으로 들어왔다. 그와 아내가 먼저 중문을 열고 거실로 들어왔다. 거실 풍경이 전과 달라진 것 같았지만, 그것을 깊게 생각할 겨를이 없었다.
두 남자는 중문 안으로 세탁기를 들어놓으려고 했다. 하지만 세탁기는 문에 걸려 들어오지 못했다. 중문이 활짝 열렸다면 들어올 수 있었지만, 그것은 전체의 반만 열리는 일반적인 것이었다. 두 남자는 세탁기를 안으로 들여놓기 위해 세탁기의 방향을 바꿔보기도 했지만 되지 않았다.
그때였다. 밖에서 큰 소리가 들렸다.
“치워! 치우라고!”
그와 아내, 두 남자 모두 소리가 나는 쪽으로 시선을 돌렸다. 냉장고 너머 맞은편 집 문이 반쯤 열려있었고, 그 뒤에서 소리가 나오고 있었다. 그가 달려갔다. 아직 앳돼 보이지만 창백한 얼굴의 남자가 서 있었다.
“죄송합니다. 저희가 오늘 이사를 왔습니다.”
“치워! 치우라고!”
“죄송합니다. 하나씩 옮기고 있는데, 시간이 좀 걸릴 것 같습니다.”
“필요 없고, 치워!”
창백한 남자는 얼굴을 들이밀며 말했다. 그는 머리를 조아렸지만, 그 남자의 거친 말투는 변하지 않았다.
“죄송합니다. 양해 부탁드립니다.”
“빨리 치우라니까!”
창백한 남자의 목소리가 더욱 높아졌다.
“빨리 치워!”
그는 모자 쓴 남자들에게 세탁기를 빨리 집어넣으라는 손짓을 했다.
하지만 그들이 아무리 애를 써도 세탁기는 중문에 걸려 꿈쩍도 하지 않았다. 창백한 남자의 고함은 계속됐다. 그는 고막이 찢어질 것 같았다.
그리고 잠깐 시선을 창밖으로 돌렸을 때, 빗줄기는 더욱 거세져 있었다. 그가 모자 쓴 남자들에게 소리쳤다.
“빨리 집어넣으세요. 빨리! 빨리! 빨리!”
노인이 기침하며 말했다.
“그때 중문만 활짝 열렸다면... 이사 온 첫날 그런 일이... 그게 벌써 10년이 넘었군. 요즘엔 ‘피디도어’라는 문이 있다지? 활짝 열린다고 하던데, 그 문이 있었다면 그런 일은 없었을 거야. ‘피디도어’ 무조건 설치하게. 뭐라고? 그 창백한 남자는 어떻게 됐냐고?”
노인은 깊게 파인 손가락의 상처를 만지면서 말을 이었다.
“하... 그건 말하고 싶지 않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