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7/05/2026
우리는 대전 주택을 하나의 완결된 형태로 제시하기보다, 가족의 시간이 쌓이고 관계가 변화하는 과정을 담아낼 수 있는 주거로 생각했다. 집은 단순히 기능을 수용하는 틀이 아니라, 함께 살아가는 사람들이 각자의 감정과 리듬을 드러내고, 또 서로를 이해하며 성장해가는 환경이어야 한다고 보았다. 그래서 이 프로젝트는 특정한 조형적 제스처를 앞세우기보다, 삶이 천천히 스며들 수 있는 구조와 깊이를 만드는 데서 출발했다.
주거는 공동의 생활을 전제로 하지만, 동시에 서로 다른 속도와 감정을 존중해야 하는 공간이기도 하다. 우리는 이러한 생각을 바탕으로 공간을 단순히 나누기보다, 다양한 레벨과 영역이 겹쳐지며 각기 다른 장면과 관계를 만들어내는 방식으로 구성했다. 이는 물리적인 분절이 아니라, 가족 구성원 각자가 자신만의 시간을 가지면서도 서로의 존재를 느낄 수 있도록 하는 공간적 장치이기도 하다.
특히 이 주택은 수평적인 평면 구성만으로는 담아내기 어려운 삶의 밀도와 감정의 층위를 수직적인 공간 경험 속에서 풀어내고자 했다. 지하층을 포함한 여러 레벨의 구성은 단순한 면적의 확장이 아니라, 생활의 리듬을 다층적으로 조직하기 위한 시도였다. 우리는 그 안에서 가족의 활동과 정서가 한 방향으로만 흐르지 않고, 서로 교차하고 머물며 다시 이어질 수 있는 구조를 만들고자 했다. 집 안의 각 공간은 독립적인 성격을 가지면서도 전체 안에서 연결되며, 그 관계 속에서 주거는 더욱 입체적인 경험으로 확장된다.
가족은 늘 같은 모습으로 머물지 않고, 시간과 함께 달라진다. 감정도, 관계도, 생활의 방식도 변한다. 그렇기 때문에 주거는 어떤 완성된 상태를 고정하는 공간이 아니라, 변화 자체를 수용할 수 있는 유연한 틀이어야 한다고 보았다. 대전 주택은 그러한 태도 위에서, 변화하는 서로를 인정하고 응원할 수 있는 집을 만드는 과정이었다. 건축은 삶을 통제하는 장치가 아니라, 삶이 스스로 자라고 성숙할 수 있도록 받쳐주는 배경이어야 한다.
형태보다 관계를, 장식보다 구조를, 이미지보다 시간을 더 중요하게 다루고자 했다. 집은 처음 완공된 순간보다, 사람이 살아가며 흔적을 남기고 기억을 축적할 때 비로소 온전해진다고 믿는다. 그래서 우리는 사용자가 자신의 생활을 채워 넣을 수 있는 여백, 서로 다른 감정이 충돌하지 않고 머무를 수 있는 거리, 그리고 시간이 흐를수록 더 깊어질 수 있는 공간의 밀도를 만들고자 했다.
대전 주택은 그러한 의미에서 단순한 단독주택이 아니라, 가족의 삶과 함께 변화하고 성장하는 환경이자, 오래 곁을 지키는 친구 같은 존재가 된다.
ARCHI-LAB BOB 2026년 5월 262호 & 건축문화 540호 대전 단독주택 BY 스튜디오 이룩